“얘는 무슨 일요일에 갑자기 백화점을 가자고...” 마침내 다음주 일요일. 점심을 먹자마자 그이가 드레스룸을 뒤지며 궁시렁 거렸다. 계획대로 지안이 그이를 꼬셔서 같이 놀자고 했나보다. 나는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드레스룸 벽에 기대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나가서 놀고 오면 좋죠.” “너는 진짜 안 갈거야?” 평소라면 따라 나섰을 텐데 대차게 거절하는 ...
*외전3은 분량조절 실패로(....) 2편에 나누어 업로드 됩니다.* “고민이 있어요.” 맞은편에 앉은 지안에게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안은 아이스 라떼를 쪽 빨아 마시다가 눈썹을 치켜떴다. “뭔데요?” “언니가 이상해요.” “난 또 뭐라고... 맹소연 이상한 게 어디 하루 이틀이에요?” 지안은 별 대수롭지 않은 걸 걱정한다는 듯 웃었다. 그 모습...
“야! 부어! 부어!”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웃음과 비명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었다. 아이들이 양동이에 걸레 빤 물을 가득 담더니 그대로 칸막이 안에 들이부었다. 전교에서 유명한 패거리였다. 우두머리인 애 부모님이 유명한 정치인이라나, 뭐라나. 그 뒷배 하나 믿고 또 한 명 잡아다가 괴롭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12살의 나는 혀를 내두르며 그대로 지나가려다가...
3개월 후. 미희야. 이왕 사는 거, 행복하고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 아주 어린 시절. 내가 지내던 보육원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이 떠올라서 눈을 떴다. 평생 잊고 살던 말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몸을 돌려 옆으로 누우니 커튼 사이로 새벽 하늘이 보였다. 행복하고 의미있게... 이 나이 먹고도 모르겠는 말을 어린애한테 왜 해 주셨던 건지. 한숨과 함께 ...
코트 하나만 걸친 채 옥상에 올라섰다. 겨울의 끝자락을 맞아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낮부터 집요하게 내려 모든 곳을 하얗게 물들인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정신을 차린 그날, 형사들에게 들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맹정우는 도주한 지 5시간 만에 잡혔습니다. 정혜솔이 운영하던 불법 흥신소 사무실에서 자고 있는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
그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했었다. 가령을 다치게 하고, 한때 내 동료였던 자들을 앗아간 그를. 어떻게 단죄해야 할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일단 상처 때문일 수도 있어서 자켓을 벗고 비상용으로 챙겨 온 붕대를 팔과 어깨에 감았다. 다행히 깊게 박힌 건 아닌 모양이다. 내가 붕대를 감을 동안 가림은 바닥에 엎드린 정혜솔의 손...
*폭력, 유혈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이의 부탁을 받자마자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재빨리 사람들 틈새에 껴있던 미희의 팔을 붙잡아 끌었다. “벼리씨?” “일단 따라와요. 여기를 좀 뒤져봐야 겠어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며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사님이 그러시는...
*유혈, 폭력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날 밤은 내일모레 벌어질 일에 두려움을 느낀 내가 그에게 조용한 곳으로 데려다 달라 부탁한 날이었다. 그가 내 손을 이끌고 온 곳은 그의 사무실이었다. 이전에 몇 번 와서 나에게도 익숙한 장소였다. ‘당일 대출’, ‘급전’, ‘떼인 돈’ 따위의 스티커가 붙은 창문. 창틀은 다 녹슬어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시들어가...
*트리거 요소(유혈, 폭력)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 다시 해 보자. 이 사람이 누구라고?” 그이가 내게 사진을 내밀었다. 백발에 날카로운 눈매. 튀어나온 광대뼈. 평화물산 대표고 나이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이름이 뭐더라. 박... “박은숙?” “박은수, 새끼야. 박은수.” 그이가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앞에서 운전을 하던 미희도 웃음을 참는 듯 숨을 ...
*약약약약약수위* 오늘은 하루가 정말 길겠어. 그이가 한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이는 현기증이 이는지 휘청였다. 나는 그이를 반쯤 안아 올려 침실로 데려갔다. 그를 침대에 눕히는 사이 미희는 지안을 불렀다. 바로 온다 해도 30분은 넘게 걸릴 텐데. 상처에 열이 올라 심호흡만 연달아하는 그이를 내려보다가 급한대로 책장 위에 놓인 구급...
*후반부에 폭력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조차 뜨지 않은 이른 아침. 병원을 찾았다. 병실은 이미 알고 있으니 의료진에게 구태여 물을 필요도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 찬 공기에 몸이 움츠러든다. 자켓 앞섶을 여미고 모자까지 푹 눌러썼다. 아직 자는 환자들이 더 많을 테니 발걸음 소리까지 죽여가며 6인 병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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