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여름이 오면. 내가 머무는 그 마을에서는 젖은 나뭇잎 냄새가 난다. 계절의 시작을 알리듯, 맑은 날보다 궂은 날이 더 많은 계절이다. 하루 강수량은 100미리를 웃도는데 아직 여름 더위는 찾아오지도 않았다 이거지. 오래된 상가 처마 아래에 서서 담배를 태우다 보면 이른 장마와 앞으로 찾아올 무더위에 농사를 걱정하는 노인들의 말이 들려오는, 그런 ...
머스크. 머스크. 머스크. 그 지독한 향은 내 온몸에 스며들어 체취로 남아버렸구나. 제 언니와 관련된 거라면 짐승마냥 오감이 날카로워지는 맹정우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향수 냄새이니 분명 눈치채고도 남았을 거다. 이제 죽을 일만 기다리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걷어찼다. 하마터면 비명이 나올 뻔했다. 나는 황급히 자켓 옷자락을 입에 물고 고통을 참았...
가마우지 같은 년.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덤벼들던 조직원 하나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넌 지옥에서도 거절할 년이야.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다. 분노에 차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일 거라고. 하지만 1년쯤 겪어보니 알겠다. 내 눈앞에 있는 저 여자는 가마우지 정도가 아니다. 물 밑에 살아 숨 쉬는 괴물. 검은 뱀. 늪 아래 몸을 감추고, 조용히, 소리 없이...
밤 10시쯤. 시간이 나면 셋이 담배 한 대 태우러 가자. 물론 난 옆에서 보고만 있겠지만. 질리도록 했던 말을 간만에 그들에게 보냈다. 발신자 이름도, 하다못해 번호조차 남기지 않고 연락을 줬지만 그들은 알아들을 거다.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9시 58분. 폐가에 도착했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변한 게 없었다. 오히려 최근 누군가가 썼을 것으로...
“나 왔어.” 그이가 돌아온 건 외출한 지 고작 4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생각보다 이른 귀가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현관문을 향해 달려갔다. “왔어요?” “응. 둘이 뭐 하고 있었어?” 소연은 은근슬쩍 내 손을 잡아주면서도 거실 쪽을 힐긋 바라봤다. 거실 한가운데에 마련된 탁자 위에는 나와 미희가 쌓아놓은 서류로 가득했다. “그냥 뭐... 매번 똑같죠.”...
아진은 가끔 멍하니 있는 시간이 잦다. 당황하거나 놀랐을 때 특히 더 그렇다. 그럼 그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 주로 머릿속에서 인터뷰가 열리곤 한다. Q. 인생 살면서 가장 황당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평소라면 간만에 고향 내려갔더니 부모님이 갑자기 맞선이나 보라며 아진보다 10살이나 많은 동네 남자를 데려왔던 때라고 답했을 거다. 하지만 인생은 황당함의 ...
오랜만입니다.... 왜 갑자기 업로드를 했냐면.... 아무것도 안 하려니 몸이 근질거려서.... 뭐라도 올려야겠다 싶어서.... 마침 임시보관함에 아끼고아끼고아껴두었던 세이브원고 2개가 있길래....... 올려보았습니다. 주기적으로 날짜를 정해놓고 업로드를 하고 싶으나.... 현생을 챙기는 데에 모든 기력을 갈아넣고 있어 그건 다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
*약수위* 검은 비늘. 매끄러운 몸. 차가온 체온. 그래서인지 따듯한 햇살 아래를 갈구하는 본능. 제야가 내 목을 타고 올라왔다가 어깨를 건너 팔 근처로 내려오는 걸 느꼈다. 쉭쉭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제야의 새빨간 혀도 함께 드러났다. 그 끝이 갈라진 혀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겠지. “그래서. 제 집까지 찾아와서 하실 말씀이 뭐예요?” 정혜솔. 동천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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